고체전해질 소자는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주자로 불린다.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메모리보다 정보 저장 능력이 3, 4배 뛰어나서다. 전원을 껐다 켜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아 스마트폰용 메모리로도 적합하다. 정보 처리 속도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고체전해질 소자가 왜 이렇게 우수한 성능을 가지는지는 지금껏 미스터리였다.

 이경진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와 최상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수석연구원, 박경수 삼성전자종합기술원 마스터는 최근 그 이유를 밝혀냈다. 비밀은 전류가 흐르는 ‘다리’에 있었다.

 연구진은 저마늄테롤라이드(Cu-GeTe)라는 고체전해질에 전기를 흘렸다. 저마늄테롤라이드는 구리(Cu) 게르마늄(Ge) 텔루륨(Te)이 섞인 화합물이다. 전기가 흐르는 저마늄테롤라이드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자 놀라운 현상이 발견됐다. 여기저기 퍼져 있던 구리 원자가 일제히 일렬로 늘어서면서 ‘다리’를 만들었다. 이 ‘다리’가 전류가 지나가는 통로가 된 셈이다.

 최 연구원은 “구리 다리 하나를 ‘필라멘트’라고 부르는데 필라멘트가 여러 개 만들어졌다”면서 “고체전해질 소자가 정보를 많이 저장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 필라멘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필라멘트 1개의 폭은 5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였다. 필라멘트와 필라멘트 사이 거리는 20nm쯤 됐다. 최 연구원은 “저마늄테롤라이드로는 반도체 메모리를 20nm 폭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진의 실험 결과 필라멘트의 개수와 너비에 따라 고체전해질 소자의 특성은 다양하게 변했다. 필라멘트의 개수와 너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 원하는 용량의 반도체 메모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고체전해질 소자는 소자 하나(1비트)당 정보를 여러 개 저장할 수 있어 실리콘 기반 반도체 메모리보다 저장 용량이 큰데, 이게 필라멘트 덕분”이라면서 “고체전해질의 작동 원리가 밝혀진 만큼 반도체 메모리 재료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어리얼스’ 6월 15일자 온라인 판에 먼저 소개됐다. 책자로는 8월 게재될 예정이다.


 

원문기사 :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110722100000000271 &classcode=0109